

9월도 중순이 훌쩍 넘었건만, 올해는 유난히 더위가 오래간다.
여름같은 날씨탓에 가을임을 잊고 살았던 요즘, 문득 내게 지금이 가을임을 알려주는 것이 있었으니 !
집으로 돌아오는 길가엔 자주 간판이 바뀌는 (즉, 장사가 잘 안되는) 식당 하나가 있다.
요즘따라 이상하게 유난히 손님이 많아 이유가 궁금했는데 지나가다 빼꼼히 쳐다보니
수족관에서 유유히 헤엄치며 "지금은 가을,가을!" 말해주는 녀석들이 가득하다.
너무도 맛있어 돈생각 하지않고 사게된다고 붙여진 이름이라는 "전어(錢魚)" 그 중에서도 말이 필요 없는 "가을 전어"다.
문득 올 가을엔 아직 전어를 맛보지 못했단 사실을 깨닫고 서둘러 주말에 잡혀있던 약속을 변경해 "가을 전어" 를 만나기로 했다.

전어를 즐기는 방법은 여러가지다.
소금만 살짝 뿌려 불에 구워낸 전어 구이, 회를 떠서 싱싱하게 즐기는 전어회 , 뼈쨰 썰어 야채와 초고추장에 무쳐내는 전어무침 등등 사실 어떻게 먹어도 맛있는게 바로 전어다.
전어회를 먹으러 가자니 전어구이가 아쉽고, 전어구이를 먹자니 전어무침이 아쉽고 ;;
한참을 고민하던 끝에 그동안 눈여겨봐둔 여러 식당중에 방이동에 위치한 남도 제철음식 전문 식당인 "남도 마루"에 점심코스요리를 예약하고 될수 있는한 "전어"메뉴를 많이 넣어달라고 특별히 부탁을 드렸다.
감사하게도 전어회, 전어무침, 전어구이를 모두 맛 볼수 있도록 배려해 주신 덕분에
즐거운 가을맞이 전어 특식을 경험할 수 있었다는 : )
자, 이제 시작해 볼까?
전어요리에 앞서 각종 반찬과 요리 가 깔린다.
새콤하게 무쳐 자꾸만 젓가락이 가던 톳나물 , 매생이와 비슷한 바다향 가득한 감태 , 콩나물 무침 등의 밑반찬들.
그리고 삭힌홍어와 돼지고기, 묵은지를 함께 먹는 삼합과 우리일행이 척봐도 잘 먹게 생긴건지 ;;; 특별히 육회를 조금 내어주셨다.
사실 필자는 삼합을 즐겨먹는 편이 아니다.
어렸을때 삼합을 좋아하시는 어른들틈에 껴서 얼떨결에 먹었던 그 톡쏘는 음식의 충격은 한참이 지난 요즘까지도
" 삼합은 충격적인 음식 -_-" 이라는 관념을 떨쳐버리지 못하게 만들었다 (물론 그렇다고 못먹는건 아니라는 ;;)
이 날 맛본 삼합은 많이 삭힌 홍어가 아니라, 거부감 없이 맛 볼 수 있었다.
여전히 삼합의 맛에 득도하지 못한 관계로, 삼합의 맛에 대한 이야기는 이쯤 해두기로 ;;
그리고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이 바로 묵은지와 갓김치 !
남도지방의 음식을 내세운 곳이라 김치를 상당히 기대했는데,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맛이다.
삼합에 먹어도 좋고, 전어에 곁들여도, 밥과 함께 먹어도 무척이나 맛있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전어회가 나왔다.
뼈째 잘 썰린 전어회에 민어회와 병어회까지 곁들여 푸짐하다.
전어는 가을즈음이 되면 몸에 지방질이 다른 계절에 비해 3배나 많아 지는 동시에 뼈가 부드러워진다.
가을 전어는 뼈째 먹는 재미가 있어 더욱 좋다.
담백한 민어회로 시작해 드디어 전어회를 맛볼 시간 ! 
회뜨는 방법이 독특하다. 뼈째 썰어내 싸그락 싸그락 씹히는 식감이 무척 재미있다.
기름이 오를때로 올라 고소하면서도 부드러운 감칠맛 !



전어를 회보다 더 잘게 썰어 깻잎,미나리,오이등의 야채를 넣어 초고추장에 무쳐내는 전어회무침이다.
새콤달콤하면서도 매콤한 맛이 나는 회무침은 회를 즐기지 않는 사람들도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맛.
지난번 맛보았던 멸치회와 비슷한 느낌의 톡쏘는 새콤함이 입맛을 자극한다.
아삭아삭 씹히는 야채들, 특히 미나리와 깻잎의 싱그러운 향이 전어회의 고소함과 잘 어우러진다.
그냥 먹어도 좋지만, 술 한잔을 곁들여 먹기에 더욱 좋은 전어요리. 
새콤한 전어초무침을 야채와 함께 다시 한번 깻잎에 싸 먹으면 더욱 맛있다.
보통 깻잎의 까끌함 때문에 뒤집어서 싸먹는것을 권해주시는데, 나는 그 깻잎의 까끌함을 즐기는듯 하다 ;;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 는 너무도 유명한 속담.
바로 그 속담의 주인공, 전어구이다.
가을전어는 뼈가 부드러워 비늘만 쳐내고 칼집을 내어 소금을 솔솔 뿌려 통째로 석쇠나 숯불, 그릴 등에 구워낸다.
이 날 맛본 전어는 그릴을 사용해 구워져 나왔다.
앗, 그런데 전어 머리가 없다 !!!!!! 여쭤보니 머리부분을 남기시는 분들이많아서 손질하며 잘라냈다 하신다.
전어는 머리부분이 제일 맛있는데 ☞☜ ... 전어 머리엔 깨가 서말이라는데 ☞☜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 노릇노릇 구워진 고소한 전어구이 냄새에 금새 침이 꼴깍 ;;

젓가락으로 얌전히 먹으려다 일행님께서 손으로 잡고 아작아작 드시는 것을 보고
나도 금새 손으로 집어 들고 먹기 시작 ! 전어구이 냄새에 먹기도 전에 군침이 돈다
살이 잘 오른 전어에 질좋은 소금을 간간히 뿌려 맛깔나게 구워냈다.
가끔 소금간을 싱겁게해 구워낸후 간장에 고춧가루등을 풀어낸 양념장과 함께 내는 집도 있는데,
역시 전어는 소금으로만 간을 해낸 구이가 제 맛이다. 다른 양념에 의해 전어의 고소함이 가려지지 않아 전어의 참 맛을 느낄 수 있는 가장 좋은 조리법인듯하다. 
여담이지만, 요즘들어 요리에 들어가는 "소금"의 중요성을 많이 느끼고 있다.
얼마전 우연히 작년 아시아 최초로 슬로우 시티로 지정된 전남 신안군 증도의 "천일염"과 중국산 소금, 일반 소금을 비교해 맛 볼 기회가 있었다.
소금이 맛이 다르면 얼마나 다르겠느냐 생각했던 나의 생각이 단번에 무너졌던 순간이었다.
중국산 소금은 짭짤함 뒤의 끝맛이 씁쓸했지만 증도의 소금은 염도가 낮고, 그 짭짤함 속에 달콤함이 확실히 느껴졌다.
지난번 스시효 방문 때 아부리한 오도로 스시에 살짝 뿌려주셨던 감탄한 소금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좋은 재료는 소금만으로도 더욱 훌륭한 맛을 지닌 요리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 이 날 맛본 전어구이처럼 말이다.
살이 오른 전어를 아작아작 씹어먹다 보니 잘지어진 밥 한공기가 간절해진다. 

맛깔나는 반찬을 곁들여 즐겨본 가을 전어 3가지 요리를 맛본 후 , 본격적(?)인 식사에 들어갔다.
한상 가득 차려진 반찬들이 뭐 하나 빼놓지 않고 맛깔스럽다. 전라도 음식답게 간이 쎄 밥에 함께 먹어야 좋다. 
아 ,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 ! 바로 밥에 곁들여 지는 조기조림
적당한 크기에 통통하게 살이 오른 조기를 넣고 고춧가루로 칼칼한 매운맛을 내는 양념으로 졸여낸 맛깔나는 조림요리.
국물이 자작하게 남아 한수저 떠 밥을 비벼 먹기도 좋았다. 
조기자체에도 간이 잘 베어있는데, 살이 어찌나 부드럽던지 !
또 조기와 함께 졸여진 무의 식감이 일품인데 , 지나치게 서걱거리지도 않으면서도 물컹대지 않는 식감이 참 좋다. 
그리고 또 하나 ;;; (끝도 없이 이어지는 또 하나 ㅎㅎ)
바로 젓갈 ! 젓갈을 좋아하냐는 물음에 모두 입을 맞춰 "네"를 외쳤더니 귀한 젓갈 두가지를 내오셨다.
하나는 작은 민물 새우로 만들어내는 토하젓. "토하"라 불리우는 작은 민물새우로 만들어 내는 밥도둑이다.
여담으로 "토하"는 충청도에서 "새뱅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워진다. 얼마전 끝난 드라마 "식객"에서 새뱅이 찌개가 나오는걸 보며 침을 꼴깍 삼켰던 기어깅 나는데,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맛보고싶다 (뭔들;;)
그리고 우리모두가 열광했던 민어부레젓 !
처음 먹어본 민어부레은 정말 쫄깃쫄깃! 상상 그 이상이었다. 겉은 부드러운데, 씹을수록 쫄깃쫄깃한 맛이 짭짤함이 잘 어울어진다.
귀한 음식이라고, 민어부레 접시를 잡고 인당 하나씩 나누어 주시던 일행님 덕분에 ;;; 더욱 집중해서 그 맛을 음미할 수 있었다. 

이렇게 길고긴 식사가 끝이 나고, 식사를 함께한"전어" 좀 먹어봤다는 일행님들께 질문 하나를 던졌다.
"오늘 , 여러 전어요리를 한번에 맛봤는데요, 전어회,전어초무침,전어구이 ! 그 중 어떤것이 가장 좋았나요? "
결국 오늘의 결론은 , 전어는 어떻게 먹어도 맛있다는 것 ! 
올해는 유난히 전어풍년이 들었다 한다. 이 가을이 가면, 1년을 기다려야 하는 전어 !
전어음식을 즐길 수 있는 곳들을 모아봤다.
1. 서천홍원항 전어축제 (09/27~10/10)
장소 : 충남 서천군 서면 홍원항 일원
홈페이지 : http://www.seocheon.go.kr/tour/festival/festival_04.html
2. 보성전어축제 (09/27 ~ 09/28 )
장소 : 전남 보성군 회천면
홈페이지 : http://www.boseong.go.kr/ko/culture/events/jeon_u/
3. 장흥전어축제 (10/03 ~ 10/05 )
장소 : 전남 장흥군 회진면 회진항
홈페이지 : http://travel.jangheung.go.kr/contents/event/contentsView.jsp?cntsMngNo=282
4.광양 전어축제 (10/03 ~10/05)
장소 : 전남 광양시 망덕포구
홈페이지 : http://new.gwangyang.go.kr/include/culture/sub04/festival03/main.jsp
5. 무창포 대하,전어축제 (09/11 ~ 10/05)
장소 : 충남 보령 무창포항
홈페이지 : http://ubtour.go.kr/move.doforward=theme_2010600000&mc=KO2010600000&pageNum=4&subNum=2&activeMenu=KO2010600000
남도마루 (방이동 , 02-402-2833)
구룡포 전어횟집 (성신여대앞 , 02-927-5340)
여명전어집 ( 성동구 홍익동 , 02-2281-7020)
영일식당 ( 종로구 낙원동 02-742-3213)
왕십리 전어마을 ( 성동구 도선공 02-2292-6831)
장보고수산 (서대문구 충정로 , 02-362-1500)
글,사진,편집 : 레카미에 ( www.rimi.kr)

리미님~~ 사진을 보고있노라니 괴로워요!! 으악 ~~ !!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그 전어구이 사진 정말 최고에요!
안그래도 엄마가 기장에 전어구이 먹으러 가자고 하시던데^^ 전어회는 먹어봤지만 아직 전어구이는 한번도 못먹어봤어요..
바닷가살면서도 ㅡ.ㅡ 회로는 먹어봤는데 뼈가 있어서 잘 안먹게되더라구요. 그런데 가을전어는 뼈가 연하군요!
얼마전 부산의 명지라는 곳에서 전어축제를 하던데.. 내년에는 미리 정보입수하고 다녀와봐야겠어요. 아주 유명한 축제라는걸
지나고서야 알았어요 ㅠ ㅠ
리미... 이제 아주 물이 올랐군요.. ^^ 건승합쇼..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