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3대 진미 중 하나인 <카라스미(からすみ)>, 지중해의 별미라 불리우는 <보따르가(bottarga)>
세계의 진미라 불리우는 이들보다 더 훌륭한 어란이 우리나라에 있다면?
"이탈리아, 프랑스의 다양한 보따르가(bottarga), 일본의 카라스미 등 세계의 다양한 어란을 먹어봤지만 이 분의 어란만큼 감동적인 맛은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20년간 세계 유명 레스토랑에서 다양한 미식 경험을 해온 <세계의 별을 맛보다>의 저자 <안휴> 감독의 말이다.
그가 극찬하는 세계 최고의 어란은 과연 어떤 것일까?
카라스미? 보따르가? 어란?
본격적인 내용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어란>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도록 하자.
<어란>이란 민어, 숭어, 청어 등의 알을 주머니째 채취해 만든 건조식품을 말한다. 만드는 방법이야 국가,지역별로 차이가 있지만 알주머니를 소금 등에 절였다 꾸덕꾸덕 말리며 굳힌다는 점에서 일본의 카라스미(からすみ), 지중해의 보따르가(bottarga), 우리나라의 어란(魚卵) 은 거의 유사한 식품이라 생각할 수 있겠다.
보따르가는 오래전부터 "돈 없는자의 캐비어"라 불리기도 하였으며 지중해 연안에서 레몬즙과 함께 에피타이져에 나가거나 파스타에 사용된다(요즘은 국내 이탈리안 음식점에서도 어란 파스타를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또 레바논 지역에서는 보따르가를 마늘 한 조각을 곁들여 올리브유에 담가둔 빵과 함께 먹기도 한다고.
※ 보따르가는이탈리아에서는 bottarga, 프랑스에서는 boutargue , 스페인에서는 botarga 그리스에서는 avgotaraho 라는 이름으로 불리운다.
▶세계의 어란들 (좌)이탈리아 보따르가 (우)일본의 카라스미
우리나라의 숨은 보물, 최고의 어란은 과연? 무엇?
우리나라에서도 오래전부터 어란을 만들어왔다.
조선시대 중궁전을 비롯해 왕실에 매년 4월 어란을 진상했다는 기록들은 그 긴 역사를 말해주고 있다.
어란 중에서도 영산강 포구에서 잡은 참 숭어 알로 만든 것을 최고로 치며 또 그 중에서도 최고로 치는 어란이 있으니 바로 4대째 내려오는 어란 제조 비법의 맥을 잇고 있는 국내 유일의 어란 명인 김광자 할머니의 손 끝에서 만들어진 어란이 바로 그 것.
전라남도 영암군에서 어란을 만드시는 김광자 할머니는 60년이 넘는 긴 세월동안 장인정신으로 어란만을 만들어 오신 분이다. 할머니의 곧은 장인 정신과 공로가 인정되어 1999년 해양수산부에서는 어란 제조부분 명인으로 할머니를 지정하기도 했는데 김할머니는 아직까지도 국내 유일의 해양수산부 지정 명인으로 알려져 있다.
4월말부터 5월, 바로 이맘 때. 김광자 할머니는 눈코뜰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계신다.
바로 일년 중 유일하게 어란을 만들 수 있는 철이 돌아왔기 때문.
5~6월 산란을 앞둔 영산강 암숭어를 잡아 알 주머니를 뺀 후, 즉시 소금물에 5일간 담가 핏물과 이물질을 씻어내고 다시 5일간 말린다. 그 후 100여년 묵은 간장에 하루 정도 재웠다 하루에 서너번 씩 참기름을 바르고 말리고, 바르고 말리고를 한 달 이상 반복. 긴 정성과 인고의 시간을 거쳐야 비로소 어란이 완성된다. 김광자 명인의 어란은 그야 말로 정성과 기다림,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김광자명인의 어란. 가격은 1쌍에 15만원에서 40만원을 호가한다.
어란에 곁들이는 최고의 명주, 교동법주
최고의 어란의 맛을 더욱더 제대로 즐기기 위해 술 한 잔을 곁들이기로 했다.
안감독이 예전부터 어란과 함께 매칭해보고 싶었다던 <경주 교동법주>가 바로 그 주인공.
대표적인 가양주(家釀酒)로 꼽히는 경주 교동법주는 경주 최씨 집안에서 토종 찹쌀과 밀 누룩, 100년이 넘은 구기자 나무 뿌리가 드리워진 우물물만으로 만들어내는 전통 토속 명주로 모든 과정이 손으로 이루어지며, 술을 빚는데 무려 100일이 넘는 시간이 소요되는 정성 그 자체로 만든 소중한 술이다.
교동법주는 어떠한 화학적 처리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판매가 되기 때문에 냉장 보관을 해도 유통기한이 30일에 불과한 살아 숨쉬는 생주 !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전통 비법과 정성을 가득 쏟아 빚어낸 교동법주는 수 많은 훌륭한 전통주들 중에서도 손꼽히는 명주로 알려져있다. 우리는 이 귀한 술을 촬영에 맞춰 직접 주문해는 받는 수고를 마다치 않았다. (교동법주는 경주 최부자집에서 직접 판매만을 하고 있으며 현재는 택배도 가능하다)
어란과의 마리아주를 기대하며 먼저 준비된 잔에 법주 한 잔을 따르니 술잔 가득 그윽한 향의 황금빛 술이 찰랑거린다.
조심스레 한 모금 맛을 보니 곡주 특유의 진득한 향기가 그윽하게 피어 오르며 찹쌀 특유의 감촉이 혀 끝을 착 감싼다. 부드럽
게 착 감치는 맛 뒤엔 기분 좋게 달짝한 맛! 그 깔끔하고 긴 여운은 가히 최고의 술이라 칭하여도 아깝지 않을 맛이었다.
▶경주의 대표 가양주 , 교동법주
최고의 명품 <어란>, 최고의 명주 <교동법주>의 마리아주는?
드디어 어란과 교동법주의 마리아주!
맛보기만 했지 컷팅되지 않은 온전한 어란을 만져본 것은 처음이었던 나는 이 쪽 저 쪽 어란을 돌려가며 한참을 관찰했다. 필자 뿐 아니라 모두들 거무튀튀한 어란의 독특한 외모에 흥미로워하는 눈치.
"백지장처럼 얇게 썰어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다 하는데 약간 더 두께감 있게 썰어내면 씹는맛이 있어 안주로는 더욱 좋을것 같습니다"
안 감독이 직접 도마 위에 그 특별한 어란을 올려놓고 능숙한 솜씨로 썰어내기 시작했다.
어란의 붉은빛 속 살이 드러나기 시작하다 특유의 향취가 방 안 가득 퍼진다.
비릿한 듯 , 고소한 듯, 어렴풋이 다크 초콜렛 향이 나는듯도 하다.
▶안감독이 김명인의 어란을 정성스레 썰고 있다.
선뜻 손이 가게 생긴 외모는 아니지만 가장 고운 색을 띈 어란 한 점을 집어 천천히 씹기 시작했다.
씹을수록 느껴지는 감칠맛과 알알이 느껴지는 재미있는 식감이 가히 놀라운 수준! 지나치게 짜게만 느껴졌던 평범한 어란과는 차원이 다른 맛이다. 이탈리아 음식점에서 종종 먹곤 하는 어란 파스타의 그 것과는 맛의 깊이부터가 다르달까?
"김 명인의 어란은 정말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오묘한 맛을 가지고 있죠"
어란의 맛에 감탄하는 필자에게 안감독이 다시 한번 말한다.
▶붉은 빛깔의 속 살을 드러낸 영암어란.씹을수록 입 안 가득 차오르는 그 감칠맛이란 !
은은하게 짭자롬한 맛이 입 안에 퍼지는 순간 교동법주 한 모금을 들이키니 입 안 가득 더할 나위 없는 호화로움이 가득하다. 짭조롬한 어란은 술 한 모금을 부르고, 그 술 한 모금은 다시 어란의 감칠맛을 부른다. 정성으로 빚은 술과 정성으로 만든 어란이 만나니 이 어찌 좋지 않겠는가 !

▶환상적인 마리아주를 보여준 어란과 교동법주
정성이 만들어낸 최고의 명품(名品) 그리고 명주 (名酒))
김 명인의 어란과 경주 교동법주의 가장 큰 공통점은 바로 명인들의 정성과 혼이 깃들어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 이 좋은 술과 어란을 맛볼 수 있는 것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맥을 이어가는 명인들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4대에 걸쳐 맥을 이어오고 있는 김 명인의 어란 그리고 350년동안 정성을 다해 재래식으로 만들어내는 교동법주.
우리는 이러한 명인들의 장인 정신을 높이 평가하고 그 것이 계승될 수 있도록 끊임없는 관심과 격려를 보내야 할 것이다.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김 명인의 어란을 곁들여 우리의 술 교동법주 한 잔을 홀짝여보는 것은 어떨까?
그 어떤 진수성찬도 부럽지 않은 입 안의 호사스러움을 느낄 수 있을테니..
글,사진,편집 : 리미 (rimi.kr@gmail.com) 원문 : 맛있는 상상 리미 (www.rimi.kr) 도움말 : 안휴 감독 (http://www.rimi.kr/stalking/828823)

미리 알고 갔으면 먹구 왔을 걸 ㅠㅠㅠㅠㅠㅠㅠㅠㅠ
너무아쉽네요
경주에 한 번 더 가봐야 겠어요 ㅋㅋ
생에한번쯤은 꼭 먹어봐야할 음식 리스트에 올려놨어요 ㅎ